이것으로 충분하다 - 무인양품
북클럽 삐딱에서는 3월에 무인양품의 전 회장 마쓰이 타다미쓰가 집필한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를 읽습니다. 삐딱커 여러분이 조금 더 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무인양품은 어떤 회사인가?
무인양품은 우리에게는 Muji로 친숙한 생활 잡화 브랜드입니다. 간판에서 익숙한 영문명만 보고 무심코 지나쳤을지 모르지만 無印良品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무인'은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는 뜻이고, '양품'은 좋은 품질이라는 뜻입니다. 브랜드를 강조하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회사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무인양품의 철학 : 비움으로써 채워진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만들어낸 무인양품의 철학입니다. 모든 제품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일례로 무인양품의 가전을 보면 벽에 붙어 있는 가전은 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각진 형태입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가전은 사람과 가깝기 때문에 둥근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다른 특징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의미가 없다면 사족을 붙이지 않는 것이죠.
무인양품에서 문구 상품을 개발하는 마에다 준이치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며칠 전 몽블랑에서 55,000엔짜리 노트를 샀습니다. 며칠 써봤더니 이 정도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면에선 어쩔 수 없겠지만, 종이 질만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인양품의 가격대로요"
조수용, "MUJI", Magazine B, 2017년 2월
노트는 글을 쓰기 위한 문구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노트의 본질인 종이에 집중한 것이죠.
일본에는 '무지스타일'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만들어 낸 용어입니다. 그들은 브랜드의 철학을 이해하고, 참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의미는 이미 하나의 문화, 세계관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브랜드가 하나의 문화로 작용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무인양품은 어떻게 이렇게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무인양품은 일본의 거품 경제가 무너진 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던 시기에도 적자를 내지 않던 우수한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2001년에 위기에 직면합니다. 38억엔의 적자가 났죠. "무인양품의 시대도 끝이다"라는 말이 나오던 때, 마쓰이 타다미쓰가 사장으로 취임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구조조정, 사업 철수, 자산 매각 같은 전략을 세울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지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무지그램은 무인양품의 매장 매뉴얼입니다. 마쓰이 사장의 지휘 하에 매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구조화되었습니다. 매뉴얼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상품을 고르고, 구매한 후에 나갈 때까지 모든 상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분량만 2000쪽이 됩니다. 해외에 있는 매장은 지역의 소비자에 맞춰 별도의 매뉴얼이 제공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무인양품은 90%가 구조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쓰이 타다미쓰의 무지그램을 통해 하라 켄야의 철학은 매장의 가장 말단 직원까지 퍼졌습니다. 모든 직원이 같은 철학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죠. 인사하는 방법부터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까지 그들의 매장에는 이미 공(空)의 철학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소비자는 매장에서 무의식적으로 무인양품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무인양품의 강점 : 변화하는 무지그램과 변하지 않는 철학
무지그램은 무인양품과 관련된 그 누구의 의견도 소홀히 대하지 않습니다. 직원과 고객의 소리에 집중하죠. 직원들의 노하우와 고객의 문의는 매일 무지그램 시스템에 기록됩니다. 본사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고려해서 매뉴얼을 주기적으로 최신화합니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죠.
반면에 철학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 와도 변하지 않습니다.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꾸준히 그들의 철학을 판매합니다. 무인양품의 어드바이저리 보드는 항상 무인양품의 철학과 사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봅니다. 어드바이저리 보드에는 앞서 말한 디자이너 하라 켄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의 노하우가 녹아 있는 업무 프로세스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들은 광고 외주를 맡길 때, 마케팅 팀이 아닌 제품 개발팀이 외주 담당자와 미팅을 진행합니다. 그들은 이번 제품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고, 얼마나 좋은지 강조하지 않습니다. 대신 제품을 만들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합니다. 파트너에게도 그들의 철학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이죠.
무인양품의 프로젝트
무인양품은 이제 일반 잡화만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합니다. 무지 북스, 무지 카페, 무지 레스토랑과 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입니다.
어드바이저리 보드 구성원은 무인양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라 켄야의 무지 하우스는 무인양품의 철학이 담긴 집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나무의 집에서 시작해 양의 집까지 이번에도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공의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편한 집'이 아닌 '삶을 자주적으로 만드는 집'을 전개한다고 말합니다. 유튜브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기에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지 스타일은 허세를 부리지 않습니다. 본질에 집중하죠. 말 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본질 말고는 어떠한 것도 담겨 있지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대할 때, 필요 이상으로 지나친 허세를 부리고 있지는 않나요? 일을 할 때, 불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지 않나요?
우리는 모두 충분할 때 멈출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봅시다.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